1박2일 출산후기
6월 10일 화요일
자궁문이 10%열린상태에서 5일이 지나 다시 진료를 받았다. 이제 15%정도 열렸고 진통이 꽤 있었을것 같다며 입원을 하란다. 사실 불규칙적인 진통은 간간히 있었어도 규칙적이지 않아 아직 출산이 멀리 있는것만 같았는데 입원하란 소리에 조금 당황했다. 집에서 준비도 하나도 안해왔는데...
일단 의사가 시키는대로 입원을 하고, 유도분만 촉진제를 이용하여 출산을 시도했다.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진짜 힘들었다. 오늘은 입원실에서 자고, 내일 다시 시도해보자는 말이 어찌나 야속하던지... 그렇게 입원실로 올라와 저녁먹고, 자고... 사실 잠이 올리가 없다. 두어시간정도 잔것 같다. 컨디션도 최악이고.... 흑...
6월11일 수요일
아침 6시부터 유도분만을 시도했다.
어제의 고통은 고통도 아니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눈물이 저절로 쏟아진다. 다행히 진전이 보여 25%정도 열렸단다. 내가 너무 힘들어 하니까 원래는 30%이상 열려야 무통주사 놓아주는데 바로 놓아 주겠단다. 좋아라했다. 무통주사 맞으니까 진짜 살만하다. 발이 조금 저릿저릿하고, 추운느낌이 들어서 그렇지 한선수랑 이런저런 대화도 가능했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다시 내진을 했는데... 이제 겨우 30%열렸단다. 조금만 더 해보자고 한다. 너무 누워서 용을 써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렇게 오후 3시가 되어 다시 내진을 했는데... 30%에서 딱 멈춰버렸다. 아무리 해도 진전이 없다. 절망이다.
담당의가 와서 아기가 심박수가 자꾸 떨어지는 것이 너무 힘들어 한다며 수술하는게 어떻냐고 한다.
그말을 듣는 순간 정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이틀 내내 옆에서 지켜보던 한선수도 안타까웠는지 그냥 빨리 수술하는게 좋을것 같다고 한다. 억울했다. 그렇게 이틀을 진통하고, 수술이라니... 눈물이 멈추지가 않는다. 억울해서... 남들을 쑴풍쑴풍 잘만 낳던데... 도대체 왜...ㅜ ㅜ;;;
수술했다.
무통주사를 하반신 마취로 바꾸고, 수면마취하기로 했다. 이런 살을 찢는 수술은 처음이라 이가 닥닥 부딪힐 정도로 몸이 떨린다. 하반신이 완전히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수면마취에 들어갔다. 하나! 둘!이 되기 전에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떳는데 저 멀리서 한선수가 아기를 안고 나를 쳐다본다. 간호사가 아이를 내 옆에 눕히며, 예쁜 딸이라고 한다. 아무 생각이 안들었다. 멍~ 했다. 멍한 상태에서 아기에게 뽀뽀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수면마취상태에서 잠시 깨운다음에 아기 보여주고, 다시 수면마취한 후에 수술부위를 봉합했다고 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배가 열려있는 상태에서 아기를 본거다. 좀 그로테스크하다. - -;;
수술이 끝났다.
엄마도 보이고, 한선수도 보인다.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몸이 딱딱하게 굳고,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너무 떠니까 엄마가 그와중에도 이가 망가진다며 이가 못부딪히도록 내 턱을 잡고 계셨다. 몸이 너무 굳어있으니까 의사가 와서 나중에 힘들어진다며 몸에서 힘을 빼라고 하는데... 그게 어디 내 의지대로 되는가 말이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 숨도 쉬기 힘든데... 나중에는 너무 숨을 못쉬니까 산소마스크가 씌워졌던것 같다.
병실로 옮겨졌다.
무통주사를 계속 맞고 있는데도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갑자기 두통이 참을 수 없이 심해진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내 정신이 아닌것 같았다. 혈압이 갑자기 치솟아 두통이이 생겼다며 무슨 주사를 놓아준다. 신기하게도 통증이 금새 사라진다. 그러고 나니까 두통때문에 못느꼈던 배의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너무 힘들어하니까 무슨 진통제를 놓아준다. 조금 효과가 있는것 같았다.
이후에도 갑작스러운 체온저하와 미열, 다시 시작된 두통에 시달렸고, 이런 증상들 때문에 수술 이후 잠을 하루에 겨우 3~4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나중에는 손발이 다 떨릴 정도다.
퇴원 이틀전날 저녁때 무통주사를 제거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직 무통을 달고 있는데도 오후 4시부터 배가 미친듯이 아파왔다. 나는 아기 수유하느라 힘들어서 그런줄 알았다. 7시쯤 간호사가 무통을 제거하고 진통제를 놓아주러 와서 한다는 말이 "어 벌써 무통이 다 됐네요?"하는거다. 결국 나는 진통제 없이 3시간동안 통증에 시달렸다는... - -;;
근데 문제는 무통주사 제거후에 주사로 맞았던 진통제가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거다. 다른 종류의 진통제를 써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날밤 거의 한숨도 못잔채로 출산전의 진통보다 더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ㅜ ㅜ;; 거기다가 두통까지...
그렇게 하룻밤을 미친듯이 아프고 나니까 배도 조금 더 들어간것 같고, 통증도 완화된것 같고, 두통도 조금씩 사라지는것 같았다.
이렇게 순탄치 않은 출산은 끝이 났다.
지금 한이가 태어난지 12일이 되었다. 나는 아기만 낳으면 다 되는줄 알았다. 그런데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무슨 드라마 다음편 예고하는것 같지만, 이렇게 포스팅하는것도 겨우 짬을 내서 하는거다.. ㅜ ㅜ;;)
